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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공간

[스크랩] = 만추(晩秋)의 뜨락 =

by 수락산 2006. 4. 9.
= 만추(晩秋)의 뜨락 =

살아
숨쉬고 있음으로써
만들어지는 나의 안뜰에
한 잎 우수가 팔락이며
내려앉는다

실가지 끝에 매달린
한 점 허무도 덩달아
서걱이는 바람결에 딸려와
살며시 들어앉는다

빈한한 내 뜨락을 그들이
알기라도 하여 저무는 날에
나를 위무하고자 함일까

지난 계절
머무를 수 없는 세월
순간순간에도 한 알의
밀알은 떨어졌을 터인데
녹색의 땅을 키우고픈
어제의 고난과 내일을 향한
이상의 삶, 삶들...

그것들의 실체를 애써
믿어보려고 하는 것은
가꾸어 내고 다듬어 내지
못한 우매한 사람의
변명 같은 것은 아닐까

물소리 차가워지고
산그늘 깊어가는 날에
내 작은 뜨락에 와 노니는 별난
우수와 허무가 갈색 몸짓으로
여린 나를 불러 세워도

아직은 끝나지 않은 가을
쇠락의 늪으로
빠져들 수는 없는 일
그저 가슴지피는 따스한
그리움 하나로 나를
물들이고 있으리라

옅어지는 햇살 속
만추의 뜨락에서...
출처 : 무주초등학교 54회
글쓴이 : 김연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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