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으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출처 : ▶ 사랑이 머무는 터 ◀
글쓴이 : 유목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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