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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공간

[스크랩]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by 수락산 2006. 7. 13.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으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출처 : ▶ 사랑이 머무는 터 ◀
글쓴이 : 유목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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