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색의공간

[스크랩] 푸른 나무 4 --김용택--

by 수락산 2006. 4. 9.
푸른 나무 4

--김용택--

우산 없이 학교에 갔다 오다
소낙비 만난 여름날
네 그늘로 뛰어 들어
네 몸에 내 몸을 기대고 서서
비 피할 때
저 꼭대기 푸른 잎사귀에서
제일 아래 잎까지
후둑후둑 떨어지는 큰 물방울들을 맞으며
나는 왠지 서러웠다

뿌연 빗줄기
적막한 들판
오도 가도 못하고 서서 바라보는 먼 산
느닷없는 저 소낙비

나는 혼자
외로움에
나는 혼자 슬픔에
나는 혼자
까닭없는 서러움에 복받쳤다
외로웠다

네 푸른 몸 아래 혼자 서서
그 수많은 가지와
수많은 잎사귀로
나를 달래주어도
나는 달래지지 않는
그 무엇을, 서러움을 그때 얻었다
그랬었다 나무야

오늘은 나도 없이
너 홀로 들판 가득 비 맞는
푸르른 나무야.
출처 : 무주초등학교 54회
글쓴이 : 김연수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