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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 박은옥

데뷔 40주년 다큐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by 수락산 2022. 4. 29.

데뷔 40주년 다큐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ㅇ출처 : 연합뉴스
https://news.v.daum.net/v/20220427104815047

 

정태춘, 다시 곡을 쓰기 시작했다.."노래는 일기이자 메시지"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저는 '퀸에게 '보헤미안 랩소디'가 있다면 정태춘에게는 '정동진 3'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둘 다 7분이 넘는 긴 노래이고, '정동진 3'이 정태춘을 정말 잘 보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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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저는 '퀸에게 '보헤미안 랩소디'가 있다면 정태춘에게는 '정동진 3'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둘 다 7분이 넘는 긴 노래이고, '정동진 3'이 정태춘을 정말 잘 보여주는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다큐멘터리 '아치의 노래, 정태춘'(이하 '아치의 노래')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 곡 '정동진 3'에 대해 정태춘의 아내이자 음악적 동반자인 박은옥은 이렇게 말했다. 또 "이 노래라면 젊은 분들도 귀가 솔깃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도 했다.

'정동진'에서 정동진의 하늘과 무지개, 먼바다 위의 조각배에 머물렀던 정태춘의 시선은 '정동진 3'에서 태평양 건너 멕시코의 남루한 사람들과 한가하고 풍요로운 미국의 풍경에 가 닿는다.

'아치의 노래'는 정태춘의 음악 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2019년 새 앨범과 새 책, 전시를 선보이고, 전국 투어 공연을 펼쳤던 '정태춘 박은옥 40주년 기념사업'을 마무리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시골 마을에서 바이올린을 처음 배운 소년, 엄혹한 시절 군대에서 쓴 서정적인 곡이 담긴 데뷔 앨범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평생의 동반자를 만난 청년, 시대의 불의에 저항한 투사로 보낸 중년을 거쳐 까탈스러운 손녀와의 대화를 읊조리는 노년의 모습이 28곡의 대표곡과 어우러졌다.

젊은 시절 TV에 함께 출연한 부부의 모습이 담긴 오래된 영상은 방송국조차 보관하지 못한 희귀한 자료이고, 카세트테이프에 녹음된 노래가 색 바랜 사진 위로 흐르기도 한다.

4K로 촬영한 2019년 전국 투어 공연에서 가져온 몇 곡은 극장을 콘서트장으로 바꾸기도 한다. 극장의 좋은 음향 시스템 덕에 그의 짙은 목소리가 더욱 깊게 와닿는다.
 
2010년대에 정태춘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반응도 흥미롭게 담겼다.

1980년대부터 청계피복노조 후원을 시작으로 6월 항쟁 당시 대형 집회에서 노래를 부르고, 전교조 합법화 투쟁, 고향인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투쟁에 함께 한 이후 한동안 앨범을 내지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던 정태춘은 2016년 다시 촛불을 든 사람들이 모인 광장의 무대에 오른다.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1993년 발표한 곡 '92년 장마, 종로에서')고 노래하는 정태춘을 본 청소년 참가자는 '요즘 나온 노래인 줄 알았다'며 놀란다.

반면 2019년 40주년 투어 중 광주 공연에서 '5·18'을 부르기에 앞서 정태춘이 여전히 사과하지 않는 학살자들을 비판할 때 '당신의 노래를 들으러 온 것'이라며 항의하고 나가는 중년의 관객도 있었다.

동시에 광주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수영 종목에 출전한 유나미 선수는 '5·18'에 맞춰 연기를 펼쳤다. 정태춘이 곡 사용을 허락했기에 출전한 대회였다.


정태춘은 26일 서울 CGV용산에서 시사회 이후 열린 간담회에서 "나한테 노래는 일기였다"며 "세상과의 관계가 그렇게 좋지 못했고, 그 속에서 초기에는 내 개인적인 이야기였고, 중반 이후로 가면서 사회적인 얘기가 됐다"고 했다.

"내 노래는 일기이기도 하면서 또 한편 메시지였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뭔가 말을 하고 싶었고 그걸 노래로 쭉 해왔죠. 이 영화에 담긴 노래들이 그런 일기이기도 하고 또 메시지이기도 하죠. 내가 창작을 접었던 시기의 마지막에 이 영화가 있고, 그렇게 한 단락이 정리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는 세상과 소통하지 않겠다'며 창작 활동을 접었던 그는 "한 달 전부터 노래를 다시 쓰고 있다"며 "그것이 일기여야 한다고도, 메시지여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정말 좋은 작품을 쓰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함께 자리한 박은옥은 "영화를 여러 번 보면서 객관적으로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정태춘을 모르는 젊은 세대가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지가 가장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와 같이 20대를 보낸 세대에게는 '촛불'이나 '시인의 마을'의 정태춘만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고, 정태춘 씨가 사회적인 일기로 노래를 만들기 시작할 때 만났던 '386 세대' 관객들은 또 그때 노래만을 정태춘의 노래라고 기억한다"며 "입체적이고 다양한 정태춘의 노래를 들려드리지 못하는 게 늘 아쉬웠는데 이 영화를 통해 모든 면을 다 보여줄 수 있어서 동료 뮤지션으로서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영화의 연출은 '우리 학교', '워낭소리' 등 독립영화를 제작·프로듀싱해 온 고영재 PD가 직접 맡았다.

정태춘 박은옥 40주년 기념사업회로부터 음악 영화 제작을 의뢰받고 연출자를 물색했지만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한 채 기념사업 촬영이 시작됐고, 정태춘은 15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고 PD에게 직접 연출을 맡아달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고 감독은 "28곡으로 시대의 공기와 정태춘 음악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또 온전한 본질은 어떻게 유지되고 있었는지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다음 달 18일 개봉한다.

mihee@yna.co.kr

한미희(mihee@yna.co.kr)